고수칼럼/미녀53 칼럼

매매를 단순화시키시길

언덕위의바람 2020. 1. 1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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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장도 관망만 하다가 나왔습니다.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띠댕! 코수피님이 최근 너무 달리시더니 피곤하신가봅니다. 푹 휴식을 취하셔서 다시 한번 날라주시길 바래야져!

 

요 며칠 본인의 매매기법을 제게 보내주신 분이 몇 있었습니다. 고민한 흔적과 자신만의 노력이 배어있었으나.. 제가 느낀 점은..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져..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하져.

구체적인 기법은 금방 깨집니다.

 

잼있는 야그를 하나 해봅시다.

 

어느날 입신의 경지에 다다른 주신9999라는 초고수가 다음과 같은 매매기법을 발견했다고 하겠습니다.

'3일선이 5일선을 터치하고 올라가는 찰나에 일봉이 3% 이상 급등할 때 매수하면 반드시 먹는다.'

실제로 이런 기법으로 주신9999는 9999천억을 벌었다고 가정해보져.

 

자, 이제 이 기법이 책으로 나와 모든 개투들에게 퍼져나갔다고 하겠습니다.

주신9999는 개투들의 신이 되고 MBS <개투들의 쩐의 투쟁>이라는 프로에 출현하여 자신의 기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합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모든 개투들이 눈물을 흘리며 그 프로를 시청하고 자신도 주신9999처럼 되겠다는 열망으로 차트 분석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장이 열리고,

3일선이 5일선을 터치하고 올라가는 찰나에 일봉이 3% 이상 급등한 종목이 출현하며,

이때 전국에 흩어져 있는 500만의 개투들이 일시에 매수 주문을 넣습니다.

와우. 시세는 폭등을 합니다. 1.5초만에 상한가를 쳐부립니다.

물론 이 시세를 먹은 개투는 젤 클릭질을 빨리 한 개투고 나머지 개투들은 'X발.. 역시 주신9999님이 맞았져! 좀만 더 빨리 매수할걸!'하믄서 손가락 빨며 분개할 뿐.

 

주신9999는 더 유명해집니다.

 

이런 일이 반복됩니다.

어느날 돈 많은 어떤 똑똑한 넘이 생각합니다.

'3일선이 5일선을 터치하고 올라가는 찰나에 일봉이 3% 이상 급등하기만 하믄 개투들이 달려든단 말이지. X팔!!! ㅋㅋㅋㅋㅋㅋ 좋아좋아. 차라리 그럼 내가 미리 물량을 매집해둔 담에 그 패턴만 만들어주면 개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거 아닌가!'

 

이제 주신9999의 급등 패턴은 누군가에게는 개투를 낚을 수 있는 미끼가 됩니다.

 

지어낸 야그는 여기까지!

 

물론 이런 가상의 스토리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지여.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기법이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일 수록 그건 결국 잘 안 맞게 된다는 겁니다.

 

이미 제가 이 게시판에 글을 연재한지도 오래되어 몇 번째 글에서 이런 야그를 한지 모르지만..

시장에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시장이 늘 추세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추세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법은 없답니다. 그런게 있다믄 모두들 돈을 벌었게여!

 

그렇기 땜에 성공하는 트레이더는 자신의 기법을 지나치게 세부화시키거나 구체화시키지 않습니다.

정배열이믄 정배열이지 '꽈배기를 만들었다가 거래량이 50% 상승한 시점에서 정배열이 벌어지는 초입'이라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아여.

 

시장은 기계도 아니고 콤퓨타도 아닙니다. 시장은 인간들이 득시글거리믄서 형성되는 거기 땜에 디지탈이 아니라 아날로그고 오류도 많이 나고 말도 잘 안 듣는 꼴통입니다.

 

이런 꼴통을 상대로 아주 구체적이고 아주 세부적인 기법을 만드는 것과 아주 흐릿하믄서 아주 포괄적인 기법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차이가 날까여?

 

더 많은 구체적 정보. 더 자세한 분석. 이런 건 그런 것들이 우리의 판단을 향상시켜줄 수 있을 때나 용이한 거지여.

근데! 트레이딩은 어차피 클릭질을 하느냐 마느냐라는 이진 출력 함수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클릭질을 결정하는 요인이 다양하믄 다양할 수록 우리 대가리는 더 많은 계산을 하게 되고 만약 상충하는 정보가 있으면 머리에서 열나다가 오류가 나버려서 갑자기 전재산 미수 몰빵이라는 미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세부적이고 정밀하게 다듬어야 하는 것은 분석기법이 아니라 바로 매매 전략입니다.

 

매매전략은 아주 구체적이어야 해여. 왜냐? 그래야 자기 자신에게 쓸데 없이 변명을 하거나 합리화시키지 않고 철저하게 손절매를 시행하거나 수익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져. 즉, 구체적인 전략은 투자자가 냉정하게 장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 20일선 뚫을 때 진입하는 전략보다 15일선 뚫을 때, 혹은 22.5일선 뚫을 때 진입하는 전략이 더 좋거나 나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무 의미 없는 짓입니다.

 

시장은 마치 비오는 날 흐릿한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것과 같이 바라봐야 합니다.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에 목매달기 보다는 바로 큰 파동의 추세, 그게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라는 점을 늘 생각해야 하고, 잔파동으로 인한 손실, 손절매.. 이런 것에 대해서는 관대해야 하는 겁니다. 그딴 것.. 큰 파동 하나 묵으면 다 만회됩니다.

 

이건 제 경험입니다.

 

한번은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손절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껏 있었던 가장 긴 연속손실일수였기 땜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엿나 짜증 이빠이였지여. 아무리 베테랑 트레이더라고 해도 사실 손실 보고 해피한 사람은 없습니다. 손절도 넘 많이 하다보니 손실액이 2000만원을 넘어섰고, 동상들 앞에서는 여유롭게 웃었지만 띠발.. 전 조금씩 머리에서 열이 나기 시작할 시점이었지여.

 

왜 이렇게 손절매를 많이 했냐.. 박스권에서 계속 역사이클을 타다보믄 그렇게 되져. ㅋㅋㅋㅋ 한 마디로 시장이 너 그동안 돈 마이 묵었으니까 이제 엿 좀 묵어라! 라고 했던 거져. 그래서 엿 마이 묵었습디다.

 

하지만 전 추세추종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다음 주 또다시 박스권 돌파 조짐이 있자 '띠발..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라고 하믄서 또 달려들었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진짜 돌파가 일어났고 시세는 말 그대로 폭발해부렀습니다. 전 끝까지 따라가서 머리 어깨형 패턴이 나왔을 때 처음으로 청산했고 시세가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새로운 저항선을 돌파하자 다시 따라붙어서 또 며칠을 더 보유하여 몽땅 다 묵고 나왔지여.

 

참 아이러니한 건.. 이때의 매매가 제가 기억하는 수익매매 중 가장 큰 수익을 낸 매매 중 하나였다는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가장 긴 연속손실일수 뒤에 따라온 가장 큰 수익매매 중 하나... 재미있지여?

 

전 그래서 추세추종철학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입니다. 추세는 조만간에 언제나 시장에 나타납니다. 그 추세를 놓치지만 않으면 돈을 법니다. 잔손실을 인내하지 못하면 큰수익을 낼 수 없고, 큰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추세 발생의 가능성에 용감하게 달려들어야 하는 거지여. 절대적인 폭등 신호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여.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리스크 관리 잘하믄서 달려들어야 하고 만일 자기 생각대로 추세가 발생하믄 그때는 트레일링 스탑 잘해야 하는 겁니다. 조금 묵고 배부르다고 하차해서는 안되는거고 시장이 미치믄 같이 미쳐야 하는 겁니다.

 

제가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말씀드린 감이 없지 않으나.. 핵심은 이해하시지여?

너무 복잡하게 기법을 가져가지 말라는 겁니다.

매매는 많은 훈련과 경험을 요하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복잡한 것은 아닙니다.

진리는 단순한 곳에 있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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