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미녀53 칼럼

트레이더 차트

언덕위의바람 2020. 1. 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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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모든 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여러분은 시장을 분석하는데는 열시간이고 스무시간이고 보내지만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지?

 

중수와 고수의 차이는 자기 자신의 성향과 약점을 얼마나 뼈저리게 알고 있는가에서 비롯됩니다.

이 점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수의 경지까지는 올라가지만 고수의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프로는 누구나 매매일지를 씁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은 익히 강조드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피드백은 매매일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객관적으로 자기 자신의 실적을 실시간으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마치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이 체중계 없이는 제 아무리 다이어트에 대한 지식이 많아도 성공할 수 없고, 무용수가 거울이 없이는 제 아무리 열심히 연습해도 훌륭한 무용수가 될 수 없으며, 정치가는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는 좋은 정치가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은 남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면서 이상하게 자기 자신을 판단할 때는 아주 후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건 본능입니다. 객관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없다면 그 누구도 이 본능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사실 모든 진화하는 시스템은 자기 피드백 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리가 존재하지 않으면 그 시스템은 어떠한 끌개에 고착되어 버립니다.

 

오늘 저는 트레이더 차트라는 것을 소개시켜 드리려고 합니다.

이미 이것을 사용하고 계신 분도 있겠지만 아마도 사용하지 않고 계신 분이 더 많을 겁니다.

 

트레이더 차트란 자기 계좌 금액의 변동을 차트로 매일 나타낸 겁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매일매일의 거래대금을 기록합니다.

엑셀을 활용하시면 좋습니다.

 

 

파란색 선 그래프는 계좌금액의 변동을 나타냅니다.

빨간색 막대 그래프는 거래대금을 나타내는 것으로 그날의 모든 매수 금액 + 모든 매도 금액입니다.

 

위 차트는 샘플로 급조하는 바람에 좀 못 생겼는데, 손재주와 디자인 감각이 있는 분들은 진짜 주가 차트처럼 이쁘게 꾸며보시길..

 

이렇게 해서 완성된 차트를 트레이더 차트라고 부릅시다..

 

이 차트는 삼성전자 차트도 아니고 서울 반도체 차트도 아니고, 선물 지수 차트도 아니고, 다우 지수 차트는 당연히 아니고.. 바로 여러분 자신의 주가 차트입니다. 여러분의 트레이더로서의 주가를 나타내주는 이정표입니다.

 

여러분이 선물지수 차트, 삼성전자 차트, 다우지수 차트를 분석하고 있는 시간 중 반만이라도 트레이더 차트를 분석해보시기 바랍니다. 트레이더 차트가 급등하거나 급락한 구간에서는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거래대금이 지나치게 컸던 것은 아닌지, 거래대금은 얼마 안되는데 급등 혹은 급락했는지 등등.

 

트레이더 차트는 매매일지와 한 세트입니다.

 

트레이더 차트를 분석하기 위한 모든 자료가 매매일지 속에 있습니다.

매매일지에는 그날의 모든 매매내역이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야 합니다.

 

트레이더 차트를 보면서 트레이더 차트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지, 하락세를 타고 있는지, 하락세를 타고 있다면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인지, 젤 크게 폭락한 구간은 어디이고 젤 크게 급등한 구간은 어디인지, 이러한 급락 및 급등이 많은 거래대금을 수반했는지 아님 불가피한 시장 폭락에 의해 유발되었는지!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그날 뭔 뻘짓을 해서 돈을 깠는지 어떤 영리한 짓을 해서 돈을 땄는지는 기록만 해놓으면 완벽한 자료가 됩니다.

 

저는 오래 동안 제 트레이더 차트를 분석하면서 저의 약점을 뼈저리게 깨달은 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초창기 제 차트의 특징은 오래 동안 완만한 상승세를 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폭락해서 급등분을 모두 토해냅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는 언제나 엄청난 거래대금이 수반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급락의 원인은? 간단합니다. 미녀53이 바보 같이 과도하게 베팅했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이 지나치니까 갑자기 대박을 먹고 싶어서 마구 질러댄 겁니다. 신기한 것은,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제 트레이더 차트는 약 1년 간이나 엄청난 거래량을 수반한 폭락장을 주기적으로 맞이합니다.

 

저는 트레이더 차트를 통해 제 심리 사이클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평균을 내보니 약 1달 반~2달 간격으로 대박 심리가 미녀53의 마음 속에 생겨나는 듯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치 생리 때가 되면 긴장하는 여자처럼 대박 심리가 찾아오는 시기만 되면 스스로 매매를 쉬거나 베팅 금액을 줄였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 다음부터는 <미녀53> 트레이더 차트에서 폭락 국면이 사라졌습니다.

 

트레이더 차트를 통해 깨달은 또다른 부분은 제가 성격이 급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추세를 너무 일찍 예단하는 바람에 횡보장에서 휩쏘에 많이 걸렸습니다. 횡보장만 되면 제 트레이더 차트는 이상하게 거래량 없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나타난 패턴은 서서히 거래량이 증가했다는 겁니다. 왜냐. 지기 싫어하는 성질 때문에 휩쏘에 걸리면 열받아서 베팅을 늘렸던 겁니다. 그러면 제 트레이더 차트는 거래량 없이 하락하다가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점차 하락폭이 커집니다.

 

이를 깨달은 저는 그 후부터는 거래량 없이 <미녀53>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혹시 횡보장이 온 것은 아닌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매매를 쉬는 습관을 길렀습니다.

 

또 파생과 현물에 대해 각각 트레이더 차트를 만들면서 제가 파생 매매에 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현물 차트는 들쭉날쭉한 면이 있었는데, 제 종목 선정 기술은 별볼일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선물을 거래한 트레이더 차트를 보니 장기간에 걸쳐 우상향하는 대세상승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말은 제가 종목을 선정하는 눈보다는 마켓 타이밍을 더 잘 맞추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었죠. 그래서 저는 포트폴리오에서 점차 선물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전문 선물 트레이더가 되어 버렸습니다.

 

전체 시장 상황과도 비교해봤습니다. 그러자 제 트레이더 차트는 하락장에서 더 선방했음이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제가 비관적인 상황을 더 잘 분석해내기 때문이 아닌지.. 닥터 둠처럼.. ^^; 물론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제가 느끼기에도 저는 하락차트의 모양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락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고 큰 변동성을 수반하기 때문에 옵숀으로도 먹을게 많지만 상승세는 막판 불꽃이 아니면 지그재그로 천천히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변동성도 적습니다.

 

한달마다 저는 트레이더 차트의 계좌금액의 2%를 적어서 손절매 한도를 정하고 혹시 그 이상 손절매 비용이 발생한 날은 없었는지를 동그라미 쳤습니다. 그런날이 있었다면 그 날의 매매일지를 들춰내서 내가 왜 그날 빠르게 손절매하지 못했는지를 검토합니다. 그러다보면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쩝... 그랬습니다.

 

한참 트레이더 차트가 상향하다가 횡보하거나 하락하면 혹시 제 전략이 시장에 잘 안 먹혀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 해서 제 전략을 분해하고 분석했습니다. 매매일지를 들춰보면서 어떤 원인 때문에 계속 손실이 났는지를 확인합니다.

 

저는 10년 동안 시장과 함께 진화했습니다.

시장이 주는 목소리와 실적 평가를 보면서 늘 스스로를 업데이트했고 전술을 주기적으로 바꾸어나갔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제가 시장에서 전투를 해온 방식입니다.

 

말씀드렸었죠?

영원한 기법은 없다고.

하여, 여러분에게 기법 같은 것은 설명드리지 않겠다고.

 

물론 저에게는 기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아마 제가 그것을 폭로한 후 약 1주일이 지나면 모두가 그것을 사용하기 시작해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겁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미녀53은 가짜 비법을 설파한 사기꾼이 되는 거죠.

 

기법은 자기가 개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건 그 누구에게도 가르쳐줘서는 안됩니다.

게다가 기법이 훌륭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기법이 그 당시의 시장 상태와 코드가 맞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대세상승장에서 주가가 20일선에 닿기만 하면 반등해서 올라간다면 20일선 전략을 사용하는 트레이더는 돈을 많이 벌 겁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전략이 계속 돈을 잘 벌어다줄 것인가. 이 트레이더도 시장과 함께 진화하지 않는한 이 전략은 스스로 파괴될 겁니다.

 

제가 시장을 떠나기 전에 느꼈던 건 점차 지지.저항 전략 비중을 높이고, 돌파 전략 비중을 낮추는 것이 좋았다는 점입니다. 트레이더 차트를 검토해보니 돌파 전략으로 진입할 때마다 손해가 났습니다. 즉, 어떤 이유에서인지 돌파 전략의 승률이 낮아지고 있었던 겁니다.

 

이 모든 과정은 자기 피드백을 통한 발전으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시장 상황에 맞춰 자신의 전략을 카멜레온처럼 바꾸어나가지 못하고 자기 기법이 영원불멸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은 시장이 배신을 때리는 순간 모든 것을 잃습니다.

 

기법은 영원하지 않지만 시장에 추세가 이따금씩 발생한다는 진실 만큼은 영원합니다.

추세가 없어진다면 시장도 문을 닫을 겁니다. 투기 수익이 발생하지 않게 될 테니까.

이 말은 너무 많이 반복해서 식상하시죠? ^^

 

[출처:투자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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