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추세를 추종한다는 건 애매한 말일 수 있어요.
추세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했을 때 그것은 단순히 저점과 고점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답할 수도 있고, 그보다는 조금 더 철학적인 답을 할 수도 있겠죠.
저는 우선 철학적인 답을 먼저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전자와 같이 기술적으로 답할 경우 추세추종의 기본 철학을 너무 협소하게 받아들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데이트레이딩을 하면서도 추세추종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루 중에도 추세파동이 나타나곤 하기 때문에 그 파동을 먹는 것을 추세를 추종한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거죠. 물론 이건 틀린 말이 아니고, 이 또한 추세추종매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매매로 소소한 이익을 챙기곤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사실 추세추종매매가 가장 큰 이익을 주는 것은 거대한 시세의 조류를 탈 때입니다. 제가 트레이더를 은퇴할 무렵 그동안의 수익을 정산해보니 80-90%의 이익이 10-20%의 매매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수익은 2003년에서 2007년까지 지속되었던 거대한 대세상승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4년이라는 기간 동안 제 자산은 수십배가 불어났습니다. 어떻게 가능했냐고요? 롱포지션을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제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시장이 제 자산을 불려주는 방향으로 크게 움직여주었을 뿐이죠. 저는 자산이 불어남에 따라 비율 베팅의 원칙에 따라 베팅자금을 늘렸고 그 덕에 복리의 마법을 누렸던 거죠. 마지막 잭팟은 2008년 폭락장에서 옵션으로 변동성 매수를 하면서 발생한 5배의 대박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추세추종매매가 아니었지만 라스트를 장식하기에는 괜찮은 방식이었죠. 뻥! 하고 터졌으니까요. 그쯤 되자 저는 이제 더이상 리스크를 감내하기가 싫어졌습니다. 사무실에 출근은 했지만 사실 잡담하는 시간이 많았고 동생들 훈수나 두면서 포지션을 가지지 않았던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모니터 인생을 탈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은퇴를 결심했던 겁니다.
결국 추세추종철학의 가장 핵심은 큰 추세가 나타나기까지의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파동에서 오락을 즐길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진정한 부를 이루지는 못합니다. 거대한 부는 시장이 주는 선물인데, 그것을 받기 위해서는 진정한 추세가 시작되기 전까지 오링되지 않아야 하는 거죠.
오랜 기다림... 이것의 중요성을 어떻게 더 강조할 수 있을까요.
시세가 박스권에서 등락할 때는 오락을 하면서 즐기되 큰 돈을 잃어서는 안됩니다. 다가올 크나큰 조류를 대비해서 베팅 자금을 모아놔야 합니다.
그리고... 큰 추세가 시작되면 거기에 올인해야 되는 거죠.
전업투자자는 트레이딩으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단타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기술적 매매에 능통해야 하지만, 이러한 매매로 큰 부를 일구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마음 한구석에서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단타 계좌로 소소한 이익을 올리는 한편 큰 추세파동에서 포지션 트레이딩을 할 주머니는 따로 마련해두어야 합니다.
때가 되면 시장은 다시 버블을 만들고, 그 다음에 역버블을 만듭니다. 이것이 시장의 진리입니다.
그렇다면 크나큰 추세를 포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그 답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은 월봉과 주봉 차트에서 거대한 양봉과 음봉이 나타나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월봉과 주봉 차트에서 주가 랠리는 5MA를 타고 갑니다. 따라서 이러한 장기 타임 프레임에서 주가가 5MA에 안착하면 그때부터는 장기 홀딩의 마인드로 바꿔야 되는 거죠. 작은 주가 등락에 포지션을 청산해버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개별 종목에 있어서 큰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력의 매집이 완료되었는지, 상승 재료가 시장의 큰 기대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지, 거대한 거래량이 수반되는지 등을 분석해야 합니다.
선물과 현물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소 다른 룰이 적용되지만 결국 큰 흐름을 포착해서 올라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추세추종은 다양한 타임 프레임에 적용할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단타? 쳐도 됩니다. 그러나 단타는 파동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먹을 수 있는 수익도 작습니다. 그 수익을 키울려면 무리해서 베팅을 하거나 레버리지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짓거리를 하다가 오링되어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단타를 칠 때는 생활비를 벌 정도로만 소소하게 해야합니다. 스탑로스 잘 걸고, 게임하듯이, 재미있게! 매매일지 열심히 쓰면서 말이죠.
하지만 정말 매매로 인생을 바꾸기를 원한다면 호랑이들의 장기적인 게임에도 뛰어들어야 합니다. 매크로를 바탕으로 하여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시장의 조류에 편승해야 하는 겁니다. 그게 부를 레벨업시키는 방식입니다.
프로 트레이더가 되기 위해서는 배울 것이 너무나 많고 사실 배우고 배워도 끝이 없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지는데, 그 단계가 지나고 나서야 갑자기 시세를 단순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찾게 되는 것 갗습니다. 결국 매매는 단순한 것이지만, 그 깨달음이 오기 전에는 복잡함도 경험을 해야 합니다. 복잡함의 단계를 건너뛰면 설익은 단순함의 경지에 머물게 되며, 이러한 경지에서는 그 미숙함으로 말미암아 결국은 시장의 야비함에 희생되게 됩니다. 어찌 표현해야 할까요? 초보자가 시세는 오르거나, 내리거나, 옆으로 기거나 3가지 뿐이다라고 말하면 이것은 순진함이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매매의 베테랑이 같은 말을 하면 이것은 시장에 대한 순수하고 투명한 시각을 획득한 것이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이 둘은 표면적으로 같아 보여도 본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은 원래부터 두리뭉실한 겁니다. LTCM의 몰락에서도 알 수 있듯 시장은 동양의 현자와 같이 흐릿한 눈으로 철학적으로 바라보는 자의 손을 들어줍니다. 완벽한 객관성, 계량화, 그리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어찌 보면 시장과 궁합이 맞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시장은 본질적으로 그들의 생각과 같이 행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그들의 생각과 달리 행동하는 예측불허의 존재입니다.
시장은 어쩌면 여자와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낭만적으로 생각해봅니다. 남자의 합리성으로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여유를 가지고, 크게 기지개를 펴고, 심호흡을 해봅시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즐길 것을 즐기면서 매매를 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시장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내지 말고, 목 디스크에 시달릴 정도로 모니터를 들여다 보면서 차트 연구에 매달리지도 마세요. 때가 되면 우리 모두에게 시장은 또 선물을 가지고 올 것입니다. 그때를 기약하면서, 한 걸음 늦게, 천천히 따라갑시다. 그래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