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스템 트레이딩, 기술적 분석의 종착역인가
오늘은 여러분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는 야그를 하나 할까 합니다.
본 까페를 보니 베테랑 분들도 많이 계시고, 구체적인 기법이나 이론 같은 것은 여러분들 스스로가 서로 돕고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그 정도 실력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딴지쟁이가 될렵니다. 쓴소리하고, 딴지를 걸면서 여러분의 헛점을 후벼파는 그런 못된 역할을 해보려 합니다.
저에게 팍스넷을 통해 쪽지를 보낸 분들 중 상당수에게 시스템 트레이딩을 배워보라고 추천드렸습니다. 그 중 꽤 많은 분들이 시스템을 배우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한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시스템을 한번도 다뤄보지 않은 분들께 시스템은 놀라움으로 가득찬 신천지가 맞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시스템에 대한 씁쓸함을 가지고 시스템을 그만둘 분들이 대다수가 될 것입니다. 어? 이거 누구 놀리는 거야? 지가 시스템을 배워보라고 권유해놓고? 한 입으로 두말하네? 개새x... 이런 생각 드시겠죠. 미녀53이 이젠 할말이 없으니까 점차 미쳐가는구나! 되는대로 지껄이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뭐, 좋을대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트레이더에게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필수입니다. 왜냐하면 시스템을 다뤄봄으로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기술적 매매자가 되는 첫번째 계단을 밟게 되기 때문입니다. 정말입니다. 이 말인즉은 시스템도 모르고 매매하는 차트쟁이들은 말짱 다 헛짓거리하고 있다는 거죠. 다시 말해 과학의 전 단계인 미신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왜? 왜 이런 극단적인 야그를 하는가?
시스템을 배워보고서야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매매 전략에 대해 회의의 눈을 가지고 검증하려는 시도를 시작하기 때문이며, 시스템을 배워보고서야 비로소 늘 들어맞는 도깨비 방망이와 같은 비법에 대한 환상이 깡그리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죠. 시스템을 돌려보고서야 시장의 보이지 않는 특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고, 시스템을 돌려보고 나서야 기술적 분석의 테두리 안에서는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저 지금 마지막 말은 좀 너무 막 나가는거 같죠? 저도 차트쟁이인데, 차트로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을 하니 막 나가는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제가 예전부터 쓴 글들을 읽어오셨다면 저는 한번도, 단 한번도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없음을 상기하기 바랍니다. 주가는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이며 수익과 손실은 모두 시장이 내어주는 것이니 우리가 할 일은 시장이 가는대로 따라가는 것 뿐이라고 말씀드린 것을 기억하시나요?
시장이 언제 추세를 만들지, 추세를 만들기는 할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10년이고 20년이고 횡보를 해서 모든 추세매매자를 X 되버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어떤 짓거리를 해서 트레이더를 골탕 먹일지 아무도 모릅니다. 따라서 저는 그 누구도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합니다. 저를 따라오시는 분들은 모두 거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저는 솔직하게 까놓고 야그하는 겁니다.
시스템을 돌려보다 보면 하나의 시장에서는 기똥차게 먹혀들어가는 전략이 다른 시장에서는 허무하게 깨지는 것을 너무도 많이 경험하게 됩니다. 결국 시장별로 다른 전략을 써야만 한다는 얘기인가? 이렇게 질문을 하게 될텐데 정답은 시장이 추세를 줘야만 추세시스템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추세가 자주 나오는 시장이라면 추세추종 시스템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추세추종 전략 중 더 잘 묵는 놈과 덜 묵는 놈이 나눠질 뿐이겠죠. 그러나 추세가 없는 옆으로 기는 시장이라면 그 어떤 추세추종 시스템으로도 돈을 벌 수 없을 겁니다. 끝없이 역사이클 타다가 파산, 즉 존망하게 됩니다.
2. 연금술로서의 시스템 트레이딩
저는 주식투자의 길을 찾아다니는 개미들이 마치 오랜 옛날 흔한 돌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을 찾아 헤맸던 연금술사와 아주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흔한 돌(=얼마 안되는 종잣돈)을 금(=엄청난 대박)으로 바꾸는 방법을 원하는 거니까 아주 비슷하죠.
실제 존재하는지도 모를 연금술이라는 것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는 수많은 카더라 야그들의 총체였을 겁니다. 어떤 돌에 뭐를 얼만큼 부으면 금이 된다더라, 뭐와 뭐를 어떤 비율로 섞으면 금이 된다더라 등등. 그러면서 고수 연금술사들이 '어흠!'하면서 고개를 빳빳히 세우고 제자들을 길러내면서 거짓 연금술을 가르치고 퍼뜨렸겠죠.
연금술사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은 계량적 작업을 통해 연금술에 접근하기 시작했습니다. 물질을 추출하고 변환시키는 수많은 화학반응식들이 연금술사의 노력에 의해서 밝혀졌죠. 그러나 그 어떠한 화학반응도 정말로 '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수많은 '쓸만한' 물질들을 합성해낼 수 있는 지식들을 탄생시켰죠.
오늘날 우리가 화학이라고 알고 있는 매력적이고도 실용적인 학문은 바로 이러한 노력들로부터 태어났다고 합니다. 비록 애초의 목표인 '금'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아직도 발견하지 못했으나, 그에 버금가는 수많은 물질들의 변화에 대한 지식을 덤으로 얻게 되었죠.
제가 여러분들께 시스템 트레이딩을 배우라고 종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연구를 하고 개난리를 쳐도 영원히 시장을 이길 수 있는 마법의 전략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이건 제가 장담합니다. 물론 그러한 전략이 한정된 기간 동안 유한한 인간의 삶처럼 잠시 생겼다가 사라질 수는 있습니다. 그러한 전략을 우연히 발견했다면 시장에서 많은 돈을 묵고 떠날 수 있겠죠. 여기서 핵심은 '떠난다'입니다. 그 전략이 영원히 그대 곁을 지킬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시장을 떠난 이유? 저는 제가 돈을 번 방법이 영원히 저를 위해 일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니까요. 그러나 저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통해 시장을 배웠기에 시장이 계속 바뀐다는 사실, 영원히 시장을 이기는 전략은 없다는 사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돈을 어느 정도 벌면 시장을 떠나야 한다는 가장 핵심적인 사실을 배울 수 있었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겁니다.
영원한 고수는 없습니다.
3. 미녀53의 시장 이론 : 기이한 끌개로서의 트레이딩 레인지
시장의 특성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여러 지지와 저항 구간 사이를 옮겨다니는 것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경제학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복잡계 이론의 용어를 빌리자면 다양한 끌개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될 텐데요, 하나의 끌개는 지지와 저항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트레이딩 레인지에 대응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건 물론 제가 만들어낸 개똥철학 같은 이론입니다. 하하하.
신고가를 거래량으로 돌파하는 것은 하나의 끌개에서 다른 끌개로 워프할 때 나타나는 징후 중의 하나입니다. 끌개란 복잡계 이론에 생소하신 분들을 위해 아주 간략하게 야매로 언급하면 일종의 블랙홀 같은 겁니다. 중력장이나 사막의 늪 같은 건데 그 근처로 주가가 가면 주가를 자기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이는 묘한 놈들이져.
끌개는 하나의 점이 될 수도 있고 유한한 점의 집합이 될 수도 있으며 프랙탈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아주 복합한 집합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급한 종류의 끌개를 복잡계 이론에서는 기이한 끌개(strange attractor)라고 부르는데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화학 반응에서 반응 물질들 또한 끌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2H2 + O2 <--> 2H20
위 허접한 식은 유명한 물의 반응식이죠. 그렇지만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만들려면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하고,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려면 그보다 훨씬 더 큰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하죠. 이 두 끌개 사이의 엔탈피 차만큼 화학 반응 시에 에너지가 방출되게 되는 건 고딩 때 화학 공부 좀 한 분이라면 기억나시져? 뭐, 기억 안 나도 별로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하나의 트레이딩 레인지에서 다른 트레이딩 레인지로 이동하려면 충분한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럴려면 시장에 충분히 열을 가해줘야 합니다. 시장의 온도가 무르익어야 시장의 분자들이 액체 상태에서 기체 상태로 상전이를 할 수 있는 거죠. 이러한 조건 중 한 가지가 충분한 매집과 돌파 시의 거대한 거래량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이론이죠. 미녀53이 단순한 넘이니 그너마의 이론도 단순할 수 밖에 없겠죠.
물론 이 이론을 제가 처음 주창한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여하튼 제가 딴 너마가 이런 야그한 걸 읽고 그대로 도용한 건 아니니 비슷한 야그를 다른데서 듣더라도 제가 표절한 건 아님을 이해해주십쇼.
충분한 매집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엄청난 거래량이 터지면서 트레이딩 레인지를 돌파해야 새로운 트레이딩 레인지에 안착할 수 있다는 건 마치 로켓이 아주 빠른 속도로 발사를 해야 중력권을 벗어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어떤 트레이딩 레인지를 돌파할 때 그 돌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임계 조건들이 있을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는데, 이것이 제가 요즘 주력하고 있는 연구 중 하나입니다.
4. 가장 강력한 추동력은 펀더멘털의 변화이다
하나의 트레이딩 레인지 안에 갇혀 있는 주가를 새로운 트레이딩 레인지를 향해 발사시키는 핵심 원동력은 결국 펀더멘털의 변화입니다. 우리가 펀더멘털의 변화를 미리 포착하기에는 너무도 정보력이 부족하기에 가격의 변화를 통해 펀더멘털의 변화를 눈치 까려고 노력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화살표대로 따라가는 무식한 짓거리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모든 것 이면에는 펀더멘털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따라서 비록 직접적인 매매 판단에는 활용하지 않더라도 저는 매크로의 변화, 주요 뉴스, 각 시대를 지배하는 패러다임, 각 정권의 주요 정책 방향 등에 귀를 쫑긋 세웁니다. 그러한 정보들에서 새로운 추세의 탄생을 알리는 단서들이 발견되고, 그러한 단서를 이용해서 관련 주식들을 검색하다 보면 기술적인 트레이딩 레인지 탈출 단서들이 포착되기 마련이거든요. 가장 중요하게는 시장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소중한 지혜를 얻고는 하니까요. 오래 전 팍스넷에 시장의 역사 시리즈를 연재했던 적이 있습니다. 비록 아주 허접하긴 하지만 그 글들을 통해 여러분은 제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겁니다.
5. 답은 없다,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것 밖에는
추세추종매매자에게 추세추종의 완벽한 공식을 던져줄 수는 없습니다. 정답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수많은 분들의 기법 문의에도 불구하고 왠만해서는 제가 사용하는 구체적인 변수나 지표를 언급하기를 피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것이 정답일리가 없으며 설사 현재 정답에 가까울지라도 빠른 시일 내에 파괴되어 버릴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주가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과거 주가 움직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계열 밖의 어떤 것 - 펀더멘털의 변화 - 인 한, 기술적 분석의 테두리 안에서 미래를 지속적으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겁니다.
시스템 트레이딩은 연금술이 화학을 낳은 것처럼 여러분에게 합리적인 시장의 분석 방법을 알려줄 것이지만 여러분이 그토록 찾아헤매는 금, 그 자체는 절대로 절대로 찾아줄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러분은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고민과 노력 속에 바로 답이 있고, 매매의 성배가 있으며, 연금술의 핵심이 있는 것입니다.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시장과 탐욕스러운 시장 메이저들의 게임 속에서 여러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를 추적하며 추세의 단서를 읽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낡은 방식은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끊임없이 도입하면서 진화해나가야 합니다.
그게 답입니다.
그리고 그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6. 금융 선진국들의 현황, 신경망과 유전 알고리즘
시장이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최근 시스템 트레이딩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은 바로 그러한 시장 변화를 학습할 수 있는 인공 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시장 변화를 포착하고 그에 맞게 변신하는 역할 조차 시스템이 할 수 있도록 학습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죠.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와 있나요? 이런 조류를 알고 계셨습니까?
우리나라는 하루 빨리 뛰어난 금융 전문가들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나라 파생시장에서 양키들이 클릭질 몇 번으로 돈을 쓸어가는 것을 보면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수출을 잘하면 뭐합니까? 아무리 일 열심히 하면 뭐합니까? 두뇌 싸움에서 잽이 안되는데!
만일 이 까페에서 진정 성공하는 분들이 탄생하게 된다면 저는 그러한 분들의 미래에 고합니다.
돈을 벌면 시장을 떠나세요. 그리고 더 큰 목적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거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부를 이룩하려는 목표를 떠나, 어느 정도 부를 이뤘다면 한국의 금융 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력이 되세요. 그리고 그러한 인력을 양성해내고자 하는 야망을 품으세요.
그것이 현재 저의 꿈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이토록 장문의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그것이 제가 이토록 지랄해대는 원인입니다.
'고수칼럼 > 미녀53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이트레이딩 추세추종형 시스템을 개발 중인 회원분을 위한 짤막한 글... (0) | 2020.01.20 |
---|---|
좋은 글.. (0) | 2020.01.20 |
추세추종 매매자가 된다는 건? (1) | 2020.01.20 |
떠날 때 (고백) (1) | 2020.01.20 |
짤막한 부탁 (0) | 2020.0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