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미녀53 칼럼

시장 친화적인 마인드셋

언덕위의바람 2020. 1. 20.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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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난 바가 있어 몇 자 더 적어봅니다.

 

팍스넷에 글을 쓸 초창기에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마인드셋이다. 마인드셋이 올바르면 돈은 벌리게 되어 있다. 시장 친화적인 마인드셋을 가져야 한다.

 

여러분들이 모두 시장 친화적인 마인드셋을 가지고 시장으로부터 부를 쟁취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대체로 개투들이 처음 주식판에 들어오는 단계에서 그들은 시장에 대해 백지 상태입니다. 즉, 무지하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듣고 투자를 하거나 감으로 투자를 하거나 합니다. 이런 투자는 동전 던지기와 같아서 승률은 도리어 50%입니다. 그래서 초짜의 운이라는 말도 생겨나는 것입니다. 시장을 모르기 때문에 시장으로부터 농락당하지도 못하는 순수한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토끼처럼 겁이 많아서 조금 하락하면 손절매해버립니다. 자신의 생각이 없기에 고집도 없습니다. 당연히 큰 손실도 잘 없게 됩니다.

 

만약 개투들이 이 단계에만 영원히 머물러 있다면, 주식판에서 패망하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에 참여하면서 개투들은 시장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점차 분열성 편집증적 단계로 접어듭니다. 분열성 편집증... 이건 정신병인데, 이상하게 이 단계의 개투들은 모두 이런 집단 정신병에 걸리게 됩니다. 분열은 시장참가자를 개미와 세력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을 말하고 편집증이란 이런 세력이 개미를 늘 속이고 등쳐먹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한다는 의심병을 말합니다.

 

많은 개투들이 이러한 심적 단계에 머물러 투자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소위 말하는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라는 말이 성립합니다. 폭락했는데, '이건 세력이 흔드는 거야. 안 당해!'라고 하면서 매수했다가 돈을 잃고, 그럼 '누가 이기나 보자'하면서 세력과 겨루기를 하는 심정으로 물타기를 했다가 KO 당하는 것입니다.

 

오해 마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시장에는 메이저가 있지만 이 메이저가 차트 하나하나를 그리면서 당신 한 명을 타겟으로 삼고 농락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주식시장을 예로 들면, 외인과 기관은 대다수가 펀드 운용자로, 펀드 환매에 응하기 위해 매도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fund liquidation을 위해 손실을 머금고 팔아치우기도 합니다. 많은 외인들은 시스템 트레이딩을 하고 있고, 이 시스템들은 추세추종적이어서 주가가 끝없이 올라가는데도 겁없이 매수질을 해댑니다. 그렇게 해서 베이시스가 벌어지면 국내 프로그램들이 차익매수를 하게 되고 매수차익잔고가 쌓이게 되죠. 이것이 나중에 큰 폭락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차익거래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시장지수들을 엮어서 운용을 하고, HFT 프로그램은 선물과 옵션 움직임의 초 단위의 시차를 이용해서 매매를 합니다. 과연 누가 여러분 한 명을 타깃으로 삼아 흔들고 자시고 할까요? 이런 음모론은 대개는 사실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 단계를 벗어나야 합니다.

 

조금 더 부연설명하면, 늘 개인이 사면 떨어지고 외인이 사면 오른다고 합니다. 이것은 음모론으로 해석하기보다는 힘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습니다. 외인 펀드는 사야 할 물량 단위가 큽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문을 시간당 일정 물량으로 쪼개서 온 종일 주기적으로 넣게 되는데, 파는 사람이 없는 경우 그들 자신도 자신의 주문 때문에 시세가 올라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거라 믿기에 점차 더 높은 가격에 삽니다. 왜 한번에 사지 않느냐구요? 그럼 시세가 폭등하게 되고, 이어 다시 폭락해서 손해가 막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즉, 외인은 물량이 개투들보다 훨씬 집중되어 있기에 사거나 팔거나 할 때 시세가 이들의 매매행위를 반영하여 같이 움직이는 것일 뿐입니다. 사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인이 사서 주가가 올랐다는 것은 누군가는 팔았다는 것이고, 그 누군가는 당연히 개투나 국내기관 중 하나거나 둘 다일 수 밖에 없는 거죠. 결과론적으로 외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리는 거지만, 시세의 오르내림은 그들 매매의 결과인 것이지, 원인이 아닌 것입니다. 이 정도로 논리적으로 말씀드렸다면 이제 개인-외인-기관 매매행태로부터 음모론적인 해석을 지나치게 하는 것이 오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시장을 적대적 관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화적 관계로 보는 단계인데,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마인드셋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대다수 외인 펀드와 프로 트레이더들도 이런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 또한 시장에 맞선다면 죽음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시장을 조종한다구요? 물론 조종합니다. 그러나 그들을 조종하는 것은 국내 시장보다 더 큰 물결입니다. 즉, 글로벌 증시와 경제흐름이라는 더 큰 대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글로벌 증시는 놀라울 정도로 잘 동조화되고 또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시장이 현재 가는 방향을 "원해야" 합니다. 돈은 일단 잊어버리세요.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 여러분은 마치 이미 매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돈이 벌리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은 더 가고 싶어하고, 여러분도 더 가고 싶어합니다.

 

까페지기님이 쓴 댓글에 '마음 속에 무엇이 이런 저항을 만들어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이 글이 답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본디 이성과 감성이 있는데, 대체로 대다수의 사람은 감성에 의해 행동이 지배를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성과 감성이 다른 말을 할 때 행동은 이성보다도 감성을 따르는 법이죠. 주가가 크게 하락할 때 분열 편집증적 단계에 있는 트레이더는 이성적으로는 하락추세라고 인지해도 감정적으로는 과도하게 하락한 듯한 느낌(=감정) 때문에 매도를 망설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합니다. 원하지 않는 것을 하기는 힘든 것입니다. 따라서 트레이더는 시장이 보이는 추세가 지속되기를 마음 속 깊이부터 응원하고 원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마음 속 어딘가에 있는 브레이크가 풀리면서 추세를 올라타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추세에 올라탔는데 휩쏘에 걸리면, 세력이 자신을 농락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가야 하는데 저항이 세구나. 일단 다음을 기약할까?' 라면서 손절을 해야 합니다. 그러고는 추세가 어디로 트는지를 관망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풀어 설명해보았지만, 이것 역시 머리로 이해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훈련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성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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