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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역사(2)

언덕위의바람 2020. 1. 17.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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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에서 거래소 설립 후 투기로 얼룩진 역사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안목으로 증시에서 반복된 버블 형성과 붕괴의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버블의 역사

 

증시 버블의 근원을 증시 수급에서만 찾으려고 하면 오류에 직면하게 됩니다.

2~4년을 주기로 반복되는(최근 들어서는 그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기는 하나) 버블의 발생과 붕괴의 근원은 산업의 재고 순환 사이클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먼저 큰 그림을 보도록 합니다. 우리 증시에서 나타난 역사적인 고점과 저점에 이름을 붙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보시다시피 버블과 침체는 몇 년을 주기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전 이중에서 우선 IT 버블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려고 합니다. IT 버블은 현재의 시장 참가자들 중의 상당수가 기억하고 있는 사건이고 우리 증시 역사상 단기간 유례 없는 대폭등을 보여줬던 시기이며 잉여 유동성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상승의 명분과 개념이 얼마나 중요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하나의 버블의 탄생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입니다.

 

IT버블은 IMF 환란의 잿더미 속에서 불사조처럼 피어올랐습니다.

우선 IMF 참상이 일어났던 시기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참고로 이때는 제가 완전한 깡통을 차고 거지 신세가 되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뒤이어 나타난 IT 버블은 저로 하여금 빚을 갚도록 해준 고마운 시기였으며 IT 버블의 정점에서 숏포지션으로 하락추세를 모조리 먹으며 추세추종의 엄청난 위력을 깨달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제 투자인생을 돌이켜 보면 이때가 제1의 부 폭발 구간이라고 말해야 하겠습니다.

 

과연 무엇이 1998년 IMF가 초래한 황량한 묘지로부터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리게 했을까여?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번째는 급격한 초과 유동성의 팽창입니다.

초과 유동성 증가율은 통화유통량 증가율에서 실물경제활동 증가율을 감한 것이며 흔히 M2증가율에서 산업생산 증가율과 물가상승율을 감한 수치로 계산이 됩니다. 초과(잉여) 유동성이 팽창한다는 것은 실물 경기를 돌리는데 필요한 돈과 물가상승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린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될 경우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큰 대야의 물이 작은 대야로 흘러 넘치게 됩니다. (큰 대야는 전체 경제를 상징하고 작은 대야는 증권 시장을 상징합니다.)

 

실제로 1998년 정부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량을 크게 늘렸는데, 실물 경제는 극심한 침체 수준에 있었으므로 초과 유동성의 급격한 팽창이 일어났습니다. 갈곳 없이 떠도는 이러한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향하게 되는 것은 세계 증시의 역사가 증명해줍니다.

 

두번째는 신경제(NEW ECONOMY)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성이었습니다. 이미 이 당시 미국 경제는 완전 고용 속에서 인플레이션 없는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FRB는 거기에 더해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뮤추얼 펀드로의 자금 이동을 촉진시켰지여.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00년대까지 연평균 4%를 넘는 GDP 성장율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눈부신 경제성장은 기존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필립스 곡선(PHILIPS CURVE)에 의하면 임금상승율(즉, 물가상승율)과 실업율 사이에는 역상관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림 :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발췌>

 

미국의 경우 통계적으로 실업률 5.5% 이하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실업율이 5% 이하로 떨어졌음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저 인플레와 저 실업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기존의 견해와 그러한 견해에 기초하여 고인플레를 용인해왔던 경제정책과는 상반되는 현상이었기에 새로운 개념의 대두가 요구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신경제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신경제론은 쉽게 말해 정보통신산업의 기술 혁신이 생산성 향상을 초래한다는 이론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존 산업에서는 한계수확체감현상이 나타납니다. 즉, 생산단위를 추가할 때마다 한계수익은 감소하게 된다는 것이며 한계수익증가율이 0가 되면 더이상의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태에 이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임금증가가 비용증가를 수반해 실업율을 증가시키는 필립스 곡선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신경제에서는 한계수확체감과는 반대로 규모수익체증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정한 상품을 추가 생산할 수록 한계 비용이 감소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생산량을 늘릴 수록 수익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IT산업의 중요힌 특징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통신산업의 경우 어느 정도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면 통신망의 추가적인 구축에 대한 비용은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경우에도 처음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데는 엄청난 개발비가 들어가지만 일단 생산하고 나면 그러한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찍어내는데는 아주 근소한 비용만이 들어갑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임금상승율보다 생산성 증가율이 높아져서 인플레이션 없이도 실업율이 감소하는 호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신경제론의 골자라고 하겠습니다. 정보혁명은 기존의 모든 경제 이론의 틀을 깨버리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로써 장기 호황을 구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긍정론이 시장의 정서를 지배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주가가 상승하는데 필요한 두 가지는  심리입니다. 그리고 IMF가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증시바닥에서 이 두 가지 조건이 갑자기 만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추세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차트 3개입니다.

각각 이 당시 폭등세를 보여주었던 SK텔레콤, KT, LG데이콤의 차트입니다.

 

 

 

 

여러분께서 주목하셔야 할 것은 기술적으로 보았을 때 상승의 1차 파동에서는 그 어떤 종목도 5개월 이동평균선을 깨고 내려간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20개월 이동평균선 위에서 제가 좋아하는 날아가는 S라인을 그려줬음은 물론이구여!

 

여러분. 추세추종이란 이런 종목을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불독 근성입니다. 그것 뿐입니다.

끝까지 함께 가는 겁니다. 그럴려면 배짱이 강해야 하겠지여.

그리고 기본적으로 추세라는 것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신주의 상승이 IT버블의 전모였느냐구여? 천만의 말씀!

 

뉴욕 증시에서는 일찌감치 버블 논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FRB의장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조차 시장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 증시는 6,000포인트를 뚫고 1997년에는 7,000포인트, 1998년 말에는 9,000포인트를 차례차례 함락시키며 올라갔습니다. 급기야 1999년 3월 16일 미국 다우지수는 1만 포인트를 돌파했습니다.

 

이러한 상승이 엄청나다고 느끼신다면 아직 정말로 엄청난 상승이 무엇인지 모르는 겁니다. 1990년대 다우지수가 250% 정도 상승했다면 나스닥 지수는 1000% 상승했습니다. 바로 신경제론의 확산에 따른 IT.바이오.통신주들의 거침 없는 상승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나스닥 지수 차트>

10년의 장기 상승 중에 20개월 이평선을 한번도 붕괴시키지 않았던 엄청난 저력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나스닥의 광풍은 전세계로 퍼져나가 글로벌 증시의 동반 폭등을 이끌어냈고 우리나라에서 또한 IT 버블을 양산해내었습니다.

정보 혁명과 뉴밀레니엄에 대한 기대감으로 TMT(Tech, Media, Telecom)주들이 강력한 테마를 형성하며 날아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신경제 주식이 이렇게 날아가는 동안 전통적인 산업에 해당하는 POSCO, 현대차, 국민은행(현재의 KB금융) 등의 구경제 주식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었습니다. 겨우 4~5배의 상승만을 보여줬을 따름이었습니다.

 

이러한 주가 차별화 장세 속에서 코스닥 잡주들은 그야말로 미친 망아지마냥 날뛰었습니다.

1998년 저점 600포인트 근방을 기준으로 2000년 고점 2925포인트까지 무려 5배가 상승했습니다.

 

코스닥이 이렇게 날라갈 수 있었던 데는 IMF 이후의 시대적 분위기가 중요한 몫을 담당했습니다.

정부는 IMF를 초래한 재벌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벤처기업 육성을 시도했습니다. 벤처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되기 위한 등록요건이 완화되었으며 상장시키기만 하면 대주주는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지여.

'자고 나면 상한가'라는 말이 나돌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IT 버블 얘기가 나오면 이 당시의 스타주 하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지여.

 

여러분. 새롬기술이라고 기억하시나여? 현재는 솔본으로 이름이 바뀌었져.

긴말은 필요 없고 아래 차트를 감상하고 넘어가시면 될 듯 합니다.

 

최악의 비관적인 상황 속에서 미국의 나스닥 광풍과 국내 정책적 방향, 그리고 10조원을 돌파한 고객 예탁금과 40조원 이상 증가한 주식형 펀드 잔고 등의 유동성 팽창으로 증시는 그야말로 뻥!하고 폭발했던 것입니다.

 

물론...

 

버블의 말로는 어떠한지 여러분은 이제 모두 아실 것입니다.

2000년 나스닥이 대천정을 치고 폭락세로 접어들자 우리 시장 또한 예외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광란의 축제는 끝이 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증시 폭락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피눈물을 토해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축제 뒤에도 역시나 세력이 도사리고 있었으니...

극히 일부가 밝혀진 바에 불과하겠지만 정현준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등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온갖 종류의 금융 사기와 비리, 그리고 주가조작이 이 기간 동안 존재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뉴스는 개투들의 가슴에 시커먼 멍을 남기고 말았지여...

 

마지막으로 이 기간 동안 나타난 버블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무엇인가 배울 점은 없는지 정리해보기로 합니다.

 

첫번째, 시세가 바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초과 유동성 팽창이 일어나야만 한다.

즉, 시중에 돈이 널리 풀려 있어야 하는데 이는 한은의 공개시장 조작, 금리 인하 등의 금융 정책을 통해 달성이 됩니다. 주가가 폭락하고 경기가 불황에 치달으면 언제나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해서 팽창되는 유동성은 조만간 자본시장으로 한번쯤은 치고 들어갑니다. 미국 증시 격언에 'FRB에 맞서지 마라'라는 격언도 있지여?

 

두번째, 유동성 장세가 말 그대로 유동성 버블로 끝나지 않으려면 경기가 바닥을 형성했다는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

펀더멘털이 개선되거나 적어도 악화되는 속도가 둔화된다는 증거가 없다면 증시는 장기 상승을 이어갈 수가 없습니다.

 

세번째, 대중의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해야 합니다. IT버블을 이끌었던 학계의 신경제이론과 같이 주가 상승을 장기간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적인 구실이 필요한 법입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대의명분이 존재해야 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도 바보는 아니기 때문에 장기 상승의 근저에 합리적인 토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따라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신(新) 패러다임에 발맞추어 적극적인 정부 주도의 정책이 나와주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적 기조가 유지되지 않으면 세력들은 시세를 만들지 않으며 추세적 상승은 나타나기 힘이 듭니다.

 

이러한 교훈들을 현재 상황에 적용해볼 수 있을까여?

 

현재 유동성이 급격하게 팽창되어 있는 상황은 맞습니다.

미국에서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경기의 호전을 점치고 있으며 혹자는 올해 말에는 경기 회복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저는 아직 이에 대해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그 다음으로 부동산 버블의 붕괴로 대폭락장을 경험한 투자자를 달래고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정책 기조가 나타나야 새로운 버블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게 과연 무엇일까여?

 

사실 작년 말부터 여기에 대한 힌트는 조금씩 시중으로 풀려나오고 있었습니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범세계적인 금융위기이니만큼 여기서 헤어나오기 위해서는 특정한 국가나 문화만을 자극하는 패러다임이 아닌 범세계적 수요를 만족할 수 있는 신성장 산업의 발굴과 이와 보폭을 맞추는 글로벌한 정책적 공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투자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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