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독식'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시지여?
언제나 그렇지만 다수의 경쟁 구도가 성립하는 체제에서 일부의 몰락은 살아남은 자들의 이득으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기존 체제를 뒤흔드는 강력한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질서를 개편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며, 살아남은 자들의 패권 다툼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벌써 2년 가까이 주식 투자자들을 괴롭혀 왔습니다.
설마 설마 하면서 지켜보는 와중에 미국의 전통 있는 투자은행들의 몰락이 일어났고 이로 인한 급격한 신용 경색이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경기 불황을 야기시켰습니다.
일부는 최근의 사태를 과거의 대공황에 비견하기도 하며, 신용 확장과 수축 사이클의 측면에서 바라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경제사가들의 논평이 마무리되지 않은 서브프라임 사태를 자세히 논하는 것은 제 능력을 벗어나는 것이기에 서브프라임 사태 그 자체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미 시중에는 이 거대한 버블 붕괴에 대한 서적들이 넘쳐 나고 있으므로 서브 프라임 사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그러한 서적들을 참고하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현재 궁금한 것은 이것입니다.
'현재는 위기인가? 아니면 기회인가?'
9-1. 변화의 조짐들
2008년 말, 미국 유수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베어스턴스(BEAR STEARNS)를 필두로 하여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 메릴린치(MERRYL LYNCH), AIG가 줄줄히 파산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급격한 신용 경색 상황을 맞이했습니다. 가장 어이 없었던 것은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해야 하는 미국 1위 보험사인 AIG가 다른 투자은행의 대열에 합류해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를 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2007년 있었던 주가, 유가, 원자재, 부동산의 동반 급등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러한 투자은행들의 투기적 거래에 의해 촉발되었음이 밝혀졌고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전세계를 휘어잡던 미국의 거대금융자본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를 메울 새로운 자본이 형성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자산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하자면, 민간펀드, 국부펀드, 외환보유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인데, 국부펀드란 정부가 외화자산을 재원으로 하여 외환보유고와는 별도로 운용하는 투자기구로써 주식, 파생상품을 포함한 금융상품 뿐 아니라 M&A, 사모펀드와 헤지펀드에도 투자하는 등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자산운용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2008년 발간된 모건 스탠리 보고서에 의하면 국부 펀드가 세계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07년 기준으로 국부 펀드의 비중을 살펴보면 오일달러(OIL DOLLAR)로 대표되는 아랍 에미리트와 사우디의 국부 펀드가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의 절반을 중국과 싱가포르가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전체 국부 펀드의 절반을 중동과 아시아가 차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중동의 국부 펀드는 2008년까지 이어진 유가 상승을 통해 부를 축적하였고 중국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차후로도 플러스 성장을 계속해나갈 전망이어서 국부 펀드의 규모 또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의 금융 위기로 기축통화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띄었지만 이미 실질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내려온 미국의 금리로 미루어 볼 때 달러 가치는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이 됩니다. 물론 금리 인하 공조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금리 인하 그 자체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원인이 되지는 않으나, 달러 조달 비용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신용위험이 안정되어 위험자산 선호도가 증가하고 미 국채 수익률의 매력도가 떨어지면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증가하여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하여 유동성을 공급할 수 없게 된 미 정부가 장기 국채 매입을 이용해 통화량을 증가시키는 양적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때 차후 달러 약세 전환을 점쳐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세계 각국의 정부는 외환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고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인 신흥국들은 이러한 외환을 상당수 국부 펀드의 형태로 운용하려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거대한 자본이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되면 현재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 각종 금융기관에 대한 공격적 M&A로 발전할 지도 모릅니다. 즉, 대주주의 지분 변동이 극심해지면서 기존 금융권의 세력판도에 적지 않은 변동이 있을 전망입니다.
국부 펀드의 성장과 금융 시스템의 변화 외에 진행되고 있는 변화들 중에는 또한 주도 산업의 변화를 들 수 있겠습니다. 과거 신경제(NEW ECONOMY)의 개념을 바탕으로 한 버블은 꺼졌지만 구경제에서 신경제로의 전환은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령화사회로 들어서면서 질병 퇴치와 생명 연장에 대한 연구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바이오 산업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 변동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잠재적 불안정성을 타계하고 원유 고갈에 대비하기 위한 대체에너지 산업이 녹색혁명이라는 기치 아래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자본이 차후에 이와 같은 대의명분을 가지고 이러한 섹터에 집중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개막을 알리듯 우리 증시에서는 알앤엘 바이오가 6개월만에560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고점을 기준으로 하면 12,750원까지 20배 넘는 폭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외에도 최근 대체에너지 및 환경 테마들이 들썩거리는 모습을 연출하며 코스피 대비 코스닥이 크게 선전하였습니다.
대체에너지 산업에 대해 사견을 첨부하자면, 그것은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한 산업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고적부터 인류의 전쟁은 언제나 식량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이루어졌고 오늘날에는 그러한 전쟁이 교묘하게 정치와 금융의 형태로 위장되어 있지만 그 본질은 바뀐 것이 없습니다.
중동만 살펴보더라도 그들이 세계무대에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원유 때문입니다. 현대 산업의 대부분은 원유를 바탕으로 하여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 거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중동이 부를 쌓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랬기에 미국은 오래 전부터 그토록 산유국들을 차지하기 위해 군침을 뚝뚝 흘렸던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원유 고갈 사태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고 지구 온난화, 오존층 붕괴 등의 환경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국부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풍력 에너지, 태양광 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며 이를 위한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대규모 투자의 성과가 가시화될 무렵이면 새로운 딸림 산업이 무수히 생겨나면서 장기적으로 거대한 신산업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또한 21세기를 살아나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미래를 위한 강력한 비전이 될 수가 있고, 이는 지금껏 제가 시장의 역사 시리즈를 통해 누차 반복해 언급했듯, 시장 참가자들을 사로잡는 새로운 개념과 패러다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연하게 친환경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고 심지어는 자전거 산업 육성에 대한 언급까지 하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 또한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부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눈여겨 봐야 하는 또하나의 거대한 조류는 바로 중국의 부상입니다. 과거 중국은 세계의 생산공장, 미국과 유럽은 세계의 소비 시장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선진국들의 경제가 과도한 투기열풍으로 폭싹 주저앉게 되었고 이로 인한 정부, 기업, 그리고 가계라는 3대 부문의 부채 확대는 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오면서 중국의 지속적 성장성에 의문을 품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조금은 달리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이 열심히 소비를 하고 중국은 X빠지게 생산을 하여 수출을 하는 동안 미국은 적자를 쌓아간 반면 중국은 지속적인 무역수지 흑자를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국부 펀드를 언급하면서도 살펴보았지만 이미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 상당한 수준이며 중국이 차후 이를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따라 중국은 세계의 생산 공장으로만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이미 4조 위안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러한 경기 부양책은 철도.항만과 같은 인프라 구축에 80% 정도 집중되어 있고, 이중에서도 30% 정도를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산업이 전체 국가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 산업이 호전되면 이로 인한 부의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거대한 경기 부양책은 인접 국가들의 산업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커서 그 효과는 중국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주변국들로 확산될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중국 내수 산업의 발전은 대중국 시장을 개척하려는 인접국들의 열기를 고조시키게 될 것이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대중국 시장의 점유율 확대와 무역 수지 증진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의 엔고 기조는 우리나라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중국의 유동성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데 2009년만 하더라도 중국의 대출액은 10% 가까이 증가하였고, 통화승수 또한 크게 증가하는 국면에 있습니다. 이에 더해 만일 차후 위에서 언급한 시나리오대로 달러화가 약세 기조로 들어서면 위안화는 상대적인 강세를 띄게 되어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소비 및 투자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그 증거로 이미 중국은 외부 효과에 의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호주를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며, 그 중에서 주목할 만한 투자는 호주의 자원채굴 광업 전문업체인 리오틴토(RIO TINTO)의 지분을 141억 달러를 들여 9.0%나 확보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중국 정부는 앞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에너지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는 듯 합니다.
9-2. 시세 속에 나타나는 글로벌 자본 이동의 단서들
저는 추세추종자입니다. 제 아무리 미래에 대한 시나리오가 그럴듯 하고 실현 가능성이 높다 하더라도 실제로 시세 속에서 자본이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하지 않은 채 불확실한 추세를 기다리며 보초서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을 볼 때 분명히 자본은 선진증시에서 아시아의 신흥국 증시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선진증시에서는 최근 주가가 저점을 붕괴시키며 무너지다가 겨우 반등하는 모습이나 아직까지 하락추세선을 돌파하지는 못하는 모습입니다.
그에 반해 아시아의 신흥국 증시를 보면, 주가는 모두 저점을 사수하며 쌍바닥을 만들었고, 하락추세선을 돌파하는 강력한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제 글로벌 증시는 조정을 통해 눌림목을 주어야 하는 지점인데, 그 눌림목에서 어떠한 섹터의 어떠한 종목을 편입하여 다가올 증시 폭발의 시나리오에 대비할 것인지에 우리의 관심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즉,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재의 국면은 오르는 종목을 추격 매수할 시점이라기 보다는 대세의 출발점을 확인한 상태에서 눌림목을 기다리며 차후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강한 종목들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등 장기 전략을 구상할 때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세를 추종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봅니다. 글로벌 경제와 시장은 너무나도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작은 입력에도 출력은 크게 증폭되어 나타날 수 있고(소위 '나비효과'라고 하지여) 우리가 미처 예측치 못했던 요인이 의외로 시장에 강한 타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세의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그러한 시세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심도 있는 시장 읽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글은 시장의 역사 시리즈의 마지막 글이 될 것입니다. 그 글에서 왜 우리는 현재 한국 시장을 주목해야 하며, 우리 시장 속에 잠재하고 있는 기회와 리스크 요인들은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투자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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