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미녀53 칼럼

프로의 자존심

언덕위의바람 2020. 1. 1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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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 전업을 시작했을 당시 누군가 제게 "당신 직업이 뭐유?"라고 하면 자신있게 "전업투자자입니다!"라고 얘기하질 못했죠.

사실 마지못해 이 짓거리를 하고 있지만 돈 놓고 돈 먹는 도박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제 자신의 직업에 결코 긍지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해서 자신을 포장하는 것들(학벌, 조직, 명예 등)이 없으면 자신이 그토록 초라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아시나요?

 

자신이 하는 일에 긍지를 가지지 않은 사람 치고 그 일에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

프로를 프로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과 자존심입니다.

 

훌륭한 법조인을 만드는 것은 정의에 대한 신념이며, 환자를 살리는 의사를 만드는 것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과 성실함입니다. 물론 실력은 기본적으로 갖춰야겠지만, 실력만 있다고 하여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은 '멘탈'의 영역이 있는 것입니다.

 

공연이나 연주자들 중에 실력은 뛰어난데도 명성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무대 공포증, 자신감의 결여 등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심한 사람은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평소대로 공연하거나 연주를 하지 못해 자신의 실력을 영원히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죠. 이 역시 '멘탈'의 영역입니다.

 

1류와 2류를 구분짓는 것은 결국 멘탈의 영역입니다. 누구나 연습하면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를 수 있지만 그 경지를 뛰어넘어 1류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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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까페는 처음 추세의 초입님이 제게 연락을 하게 되면서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트레이더는 외로운 직업이기에, 동료가 절실하다는 것을 저는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까페에 좋은 회원분들이 들어오셔서 현재는 그 어느 까페보다도 건전하고 알맹이 있는 까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러한 공간을 십분 활용하여 자주 모임을 갖고, 그 누구도 아직은 인정해주지 않는 '프로 트레이더'의 자존심을 가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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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느 정도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게 되자 매매라는 행위에 대해서 조금은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에 대한 애정도 깊어지게 되더군요.

 

어느 새인가 트레이더로서의 제 정체성이 확립되자 그것에 대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매매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이번 매매에서 돈을 벌어야 된다라는 생각보다, 분명한 이유와 원칙이 있는 매매를 하고 싶어졌죠. 같은 돈을 벌더라도 무한정 물타기하면서 기도매매를 하다가 운이 좋아 벌게 되는 돈에 대해서는 수치심이 생겼고, 정교한 전략을 통해 시세의 몸통 구간을 발라먹는 매매를 했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돈 그 자체를 초월하여 매매를 더 높은 경지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제 안에 자리잡게 되자, 매매는 더 이상 어려운 것이 아니라, 즐겁고, 가치 있으며, 제 자존심을 지켜주는 훌륭한 직업이 되었던 거죠.

 

시스템 트레이딩에 입문한 이후에는 제가 가진 아이디어를 어떻게 기계적인 전략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런 과정에서 밤 늦게까지 연구하면서 더 없는 행복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 스스로가 냉철한 매매 전문가가 되어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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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프로가 되고 싶지 않으신가요?

 

성공의 그날까지는 계속 하게 될 매매... 지금 벌고 잃고보다는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본인의 스킬을 갈고 닦는 것에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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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기를 이틀 앞두고 있습니다.

 

메이저는 과연 무엇을 계획하고 있을까요? 위아래로 가두리를 쳐서 현 지수대에서 결제시킬 계획일까요?

아니면 금일 상방 훼이크를 주고 아래로 다시 꽂아버릴 계획일까요?

아니면... 폭등 잔치를 벌이며 뒷통수를 칠 계획일까요?

 

매매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그들은 이제 그들의 패를 모두 깠습니다. 여러분은 진카와 뻥카를 가려내야 할 뿐입니다...

 

성공을 기원하며, 저는 당분간 조금 쉴 생각이네요. 너무 자주 떠든 것 같아서 말이죠. ㅎㅎ

이번 월물 관람하며 간만에 상당히 즐거웠네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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