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미녀53 칼럼

짤막한 초짜 시절의 회고

언덕위의바람 2020. 1. 19.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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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본인 스스로가 기가 막히게 한심하고 보잘것 없다고 느낀 적이 얼마나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현재 전업을 하면서 심적 어려움을 느끼시는 후배분들을 위해 제 경험담을 짤막하게 써봅니다...

 

...

 

전업 트레이딩을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던 시절이었나 싶네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

 

저는... 모든 돈을 날려버리고 빚까지 떠안은 상황에서 번듯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하고, 나이는 나이대로 먹어가면서, 그래도 시장에서 한 밑천 잡아서 떠나겠다는 꿈(?) 하나만을 가지고 온종일 모니터 앞에서 줄담배를 피워대는 제 모습에 심각한 염증을 느꼈습니다.

 

밤에는 외로움과 분노에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에도 일어나 줄담배를 피워대며 컴컴한 하늘을 바라보던 그 시절이 저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선물옵션판... 개투의 0.1%만이 돈을 번다고 하는 지옥의 격투장.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거지? 이런 것이 내가 원하는 인생은 아니었는데. 난 다만 남들이 다 가는 진부한 길을 거부하고 큰 돈을 벌겠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지옥문을 두드렸던 거구나...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곤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느 세월에 재기할 것인가? 그 당시 제가 믿은 것은 스승님 한 분 뿐이었습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부둥켜 잡은 하나의 희망... 왕년에 선물 트레이딩으로 큰돈을 버셨다는 경력 하나에 제 모든 것을 맡기고 가르침을 받고 있었지만 사실 제가 애초에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스승님은 제게 좋은 정보도, 훌륭한 기술적 비칙도 전수해주지 않은채 오직 제 매매내역만을 검토하시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꾸중하시곤 했습니다. 사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죠. 어떨 때는 '이거 사기꾼 아니야?'라는 생각이 불쑥 떠오르곤 했습니다.

 

"스승님. 시장은 어찌될까요?"

 

어쩌다 한번 여쭤보기라도 하면 들리는 대답은,

 

"내가 그걸 알면 여기에 너 같은 놈이나 가르치고 있겠냐."

 

하면서 빙긋 웃으셨습니다.

 

===

 

제가 제 비참한 과거의 단편을 이렇게 소개해드리는 것은 어쩌면 이곳에 계시는 여러분들 중 누군가도 이때의 저와 같은 검고 컴컴한 인생의 터널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 터널을 벗어나 눈부신 햇살 앞에 서고 싶은 것이 그 때의 저의 마음이자, 현재 여러분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심심풀이로 선물옵션을 하겠다는 젊은이들을 무조건 만류합니다. 절대로 그렇게 들어올만한 판이 아닙니다.)

 

과연 그런 햇살 앞에 설 수 있을까요?

 

그것은 전적으로 여러분이 어떤 매매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스승님이 제게 하신 말씀을 그대로 전해드리면,

 

"조급해하지 마라. 훌륭한 매매를 완성시키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그것만을 생각해라."

 

모든 매매는 처음부터 얼마를 잃을 것인가를 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기서 손절매가 나오고 베팅 조절이 나오고 리스크 관리가 나오는 것입니다. 절대로 계획했던 것 이상의 돈을 잃으면 안됩니다.

 

매매에 베팅금액을 넣는 순간 여러분은 최대손실한도를 알고 있어야 하고, 동시에 이만큼의 돈을 벌써 잃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거기서 마인드가 통제되고 감정적인 매매가 지양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매매계획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켜내야 합니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살벌한 선물옵션판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시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시세란 전통적인 시각에서처럼 황소와 곰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강한 쪽으로 시세가 갑니다.

 

황소 우세지대(지지선), 곰 우세지대(저항선) 그리고 이들의 접전을 냉철하게 주시해야 합니다. 그들이 피튀기고 싸우는 국면에서는 한 걸음 벗어나 있는 것이 좋습니다. 괜히 얼쩡대다가는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개투는 하이에나가 되어야 합니다.

 

하이에나는 맹수가 사냥한 죽은 고기만을 먹고 삽니다. 맹수처럼 사냥을 하러 하거나 맹수가 잡은 먹이를 뺏으려고 으르릉대며 덤비면 그날로 목숨을 잃습니다.

 

황소와 곰이 싸우다가 어느 한쪽에서 후퇴하면 다른 쪽에서는 다음 접전지까지 진격을 합니다. 이것이 '돌파'입니다.

진격을 했는데 함정이었음이 드러나면 미련 두지 말고 튀어야 합니다.

 

과거 전쟁사를 보면 유인책이 많이 등장합니다. 일부러 후퇴하는 척 해서 적을 막다른 곳으로 유인하고 이후 몰살시키는 전술 말이죠. 주식판에서도 유사한 작전이 늘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트랩'이라고 합니다.

 

'돌파'냐, '트랩'이냐.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 많이 고민도 하게 되지만 본질적으로 이 둘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돌파 시에는 동승했다가 트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즉각 짤라버려야 합니다. 어떠한 미련도 가져서는 안됩니다.

 

가야 할 자리에서 가지 못하면 일단 시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시장에서 벗어난 후에 작전을 재구상해도 늦지 않습니다. 일단 생각한대로 시세가 풀리지 않으면 튀어야 하는 것입니다.

 

===

 

시장의 비열함에 치가 떨리도록 당해본 사람만이 시장 앞에서 냉정할 수 있고, 환상을 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시장에 무던히도 당했고, 그 결과 돈도 많이 잃었습니다.

 

가장 무서운 적이 제 안에 있는 기대감과 환상이었음을 알게 되자, 제 매매는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해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조언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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