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시간이 나서 들렀습니다.
시장 분위기가 흉흉하군요. ㅎㅎ 하지만 이런 장에서도 드실 분은 드셨으리라 믿습니다. 추세의 힘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는 장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아,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는 매수세도 들어오고 있어 추후 추세의 진행을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이번 글에서는 여러분들이 모두 궁금해 하셨을 거라 생각하는 질문을 하나 던지고 이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려보려고 해요.
질문 : "매매란 배울 수 있는 것인가?"
여러분.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만 이론만으로 실전을 대체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자동차 운전을 책으로 배울 수 없고 당구를 머리로 안다고 잘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유는 첫째, 실전은 능숙한 기술을 요하는 것이고 기술은 체득되어야 되는 것이지 이해되거나 암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째, 기술은 모든 부분에서 이론화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감(感)이나, 직관의 영역이 존재합니다.
자, 그렇다면, 트레이딩이라고 하는 영역에서 체득되어야 하는 기술이란 무엇이며, 이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좋은 트레이더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며 또한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초점이 잡힐 것이니까요.
우선, 트레이딩은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직접 해봄으로서만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모든 이론이 백해무익합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은 직접 해보고서야 배울 수 있다고 한다면, 군인은 직접 전쟁에 나가보고 나서야 전투를 배울 수 있을 것이고, 의사는 환자를 직접 수술해보고 나서야 수술을 배울 수 있겠죠. 물론 전쟁에 직접 나가서 배우는 것과 훈련에서 배우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고, 시신이나 동물을 가지고 수술 연습을 하는 것이랑 직접 수술을 하는 것은 다를 것이나, 이 모든 것을 언제나 실전에서 배우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모의 훈련으로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모의 투자와 같은 훈련이, 비록 실전 매매를 대체할 수는 없으나, 실전 매매를 하기 전에 유용한 기술 습득을 위한 훈련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은퇴 이후 매매의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제 경험으로부터 확립해보려고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저는 결과론적으로는 나름의 성공을 했지만, 무엇이 가장 핵심적이었나 물어본다면,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았던 거죠. 자신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과 그 기술을 남에게 설명하거나 전수하는 것은 또다른 영역의 문제니까요. 실력 있는 선생이 꼭 학생을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다들 경험으로 알고 계시죠?
그러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분명해진 것은, 늘 반복해서 말씀드렸지만, 제 성공의 기저에는 시세의 예측보다는 스스로의 통제가 더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자신을 통제하는 것. 바로 그 속에 매매의 핵심이 들어있다고 저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배울 수는 없습니다. 오래전 팍스넷에서도 유사한 비유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무리 람보나 코만도 같은 전쟁의 신이라도 총알을 피할 수는 없고, 폭탄이 운없게 자신이 있는 곳에 터지면 폭사할 것입니다.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워낙 불확실성이 많고, 사실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게임에서는 필승의 법칙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문장은 중요합니다. 좋은 목수가 되거나 화가가 되는 것에는 방법이 있을지 몰라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 경쟁하게 되는 게임에서는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져야 하므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필승의 방법이란 당연히 존재할 수 없는 거죠!
트레이딩이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죠. 시세가 상승하면 매수공은 돈을 벌지만 매도공은 돈을 잃게 되죠. 한 사람의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연결되는 이와 같은 게임에서, 모든 사람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이란 존재할 수 없는 거죠. 수학적으로 말하면, 해(解)가 없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마치 x는 양수인데, 3 + x = -5를 풀어라! 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죠. 어떤 양수도 이 방정식을 만족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매매를 밥 벌어먹고 살기로 한 우리는 뭘 목표로 삼아야 할까요?
뭐든지 목표가 중요하죠.
제 생각에 모든 트레이더의 목표는,
"가능한한 시장에서 잃지 않고 사망하지 않는 생존의 비법을 배우는 것"
이 되어야 합니다.
시장에서 돈을 버는 비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매매에서 파산하거나 매매의 실패로 한강에서 투신하지 않는 방법은 존재합니다.
물론, 첫번째 방법은 "매매 자체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 이것도 아주 훌륭한 답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제게 매매를 배우겠다고 이메일을 보낸 분들 중 나이가 젊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는 분들에게 저는 종종 진지하게 다른 길을 가볼 것을 권유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이 까페에서 제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이 첫번째 방법을 택할 마음은 추호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요. 이미 도박과 리스크의 즐거움에 맛을 들였기 때문에! ㅎㅎ
전쟁에서 죽지 않는 방법이 전쟁에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인데, 어차피 전쟁에 나가야 한다면! 여러분은 실제로 매매라는 것이 전쟁 그 자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리스크를 분명하게 인식해야만 합니다. 매매는 실제로 여러분을 죽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실제적인 얘기입니다. 저는 매매의 실패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여럿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얘기를 할 때 아주 비장한 심정이 되고,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 저는 한때 저 또한 자살로 세상을 마감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매매의 과학이라는 것은 그래서 결국 자기 통제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과학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세의 예측은 아주 적은 부분만을 차지합니다.
여러분은 자기통제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심법이라는 말로 '도 닦으라는 얘기군' 이렇게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자기통제와 리스크 관리야말로 트레이더의 핵심 기술이며, 생존의 비법이면서, 일부 성공한 트레이더에게서는 성공의 비법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것은 제 매매 인생을 관통하는 엑기스를 담은 표현이므로 저에게 조금이라도 무엇인가를 배울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 문장을 매매 인생 동안 매일 되뇌어야 합니다!
우선, 손절매라는 것은 트레이더에게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손절매는 계좌를 구하고 나아가 트레이더의 목숨을 구합니다. 손절매를 칼 같이 하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트레이더라고 부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마세요! 손절매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저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손절매로 죽을 목숨을 살릴 수는 있습니다. 썩어가는 다리를 그대로 두면 목숨을 잃는 것처럼, 아무리 힘들더라도 썩어가는 다리는 끊어내야 설사 병신이 되더라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과신과 과도한 베팅은 언제나 손에 손을 잡고 갑니다. 과도한 베팅의 기저에는 언제나 과신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솔직히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모든 것을 베팅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과신은 왜 생길까요? 이거 아주 중요합니다. 과신이 생기는 이유는, 시세가 예측 가능하다고 믿고, 자신이 시세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즉, 1) 시세의 예측 가능성, 2) 자신의 예측 능력, 이 두 가지에 대해 심각한 사고의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에 과신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저는 분명 말씀드리지만, 시세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며, 차라리 랜덤워크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적어도 랜덤워크라고 생각한다면, 과도한 베팅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중에는 세력이 시세를 조종한다는 둥, 지금의 하락은 세력의 누른 것이다, 그들의 속내는 어떻다, 하면서 끊임없이 예측에 매달리는 개투들을 보게 됩니다.
한 마디로 결론내 드리죠. 시장을 주무르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설사 있다 하더라도 여러분은 없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시세는 말을 x나 안 듣는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세요. 언제나 여러분의 예측이 빗나가도록 하고 여러분을 엿먹이는 것이 시장입니다. 이런 시장에 무엇을 믿고 왕창 베팅을 합니까?
손절매와 과신하지 않음, 이 두 가지 핵심 신공을 익힌 트레이더는 그 다음에서야 시세를 어떻게 예측할까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약간 모순처럼 들리는데, 베팅을 하기 위해서는 시세를 예측해야 합니다. 예측 불가능한 것을 예측하는 꼴이지만, 그래도 예측이 없이는 베팅이 성립할 수 없는 거죠.
바로 여기서 3번째의 원칙, 추세와 동행하는 것이라는 원칙이 등장합니다. 추세란 놈은 무엇일까요? 사실 저도 이 질문에 대해 한 마디로 답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추세라는 것은 일종의 거스를 수 없는 힘이며, 시세가 왔다 갔다 하는 와중에도 결국에는 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보이지 않는 조직 원리라고만 정의해두고자 합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추세와 동행하기 이전에 추세에 역행하지 않는 것부터 배워야 합니다.
사실 이번 글을 쓰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본 까페의 까페지기인 잠실살쾡이님이 또 다시 실수를 하시고 저에게 메일을 보내셨기 때문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본인의 실수를 알고 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왜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지, 자괴감에 빠지셔서 저에게 조언을 청하셨죠.
잠실살쾡이님은 여러분에게 좋은 모델이 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매매에 대해 참으로 진지하게 공부하시고 아는 것도 많으신 분입니다. 저와 인연도 오래되었죠. 그렇지만 항상 아쉬운 부분은, 왜 항상 시세에 역행하는가! 라는 것입니다. 제가 그래서 간만에 약간 꾸짖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잠실살쾡이님은 이번 하락이 과도했다고 생각한 듯 합니다. 그래서 만기주에 역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고 콜에 베팅하신 듯 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여러분도 다 예상하셨다시피 큰 손실이 되었습니다.
사실 거짓말 아니고, 저는 이번 시세의 흐름을 보면서, 현역에 있었다면 선물 매도를 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강한 시세를 사랑하고 그 방향으로 베팅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이 언제나 돈을 벌어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제 계좌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적은 없으며, 이 원칙이 적어도 약한 시세를 동정하고 그 방향에 서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저는 오랜 경험을 통해 뼛속 깊이 알고 있습니다.
시세가 강하게 상승할 때는 언제나 그것은 너무 비싸보이고, 하락할 때는 싸보이는 법입니다. 이런 착시 현상을 잘 알고 있어야 시장과 반대로 가는 우를 범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시장친화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시장의 흐름을 포착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시장의 흐름을 포착하는 기계화된 공식이나 방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경험이자 기술이며, 일종의 느낌일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시세를 잘 관찰하다 보면 분명 매수와 매도의 줄다리기에서 누가 더 강한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베팅을 할 때는 시세를 잘 관찰하고,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분석한 후, 시세를 지배하는 것이 곰인지 황소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안타까움에 글이 길어졌네요.
잠실살쾡이님도 이번 매매를 통해서 확실히 아셨으면 합니다.
1) 손절매
2) 과신 금물
3) 추세역행 금물
이 세가지만 지켜도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사망하지는 않습니다.
이 세가지 화두에 대해서 언제나 생각하며 칼을 가는 실력있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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