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안적으로 보았을 때 랜덤 워크로 생성해낸 시계열을 실제 주가 시계열로부터 구분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주가 시계열이 확률 과정(stochastic process)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이즈가 주가 시계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점은, 주가 시계열이 랜덤 워크와 육안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해서 주가 시계열 = 랜덤 워크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고, 까페지기님이 뒤이어 올리신 글에서처럼 주가 시계열은 변동성 군집현상을 통해 랜덤 시계열로부터 구분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거죠.
무엇보다도 주가 시계열을 생성해내는 메커니즘이 실제로 난수표를 뽑거나 상자에서 공을 꺼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앞선 글에서 언급해드린 것이 시세에 대한 통계학적 모델(statistical model)이라면 이번 글에서 설명드릴 모델은 시세에 대한 기전적 모델(mechanistic model)입니다.
1) 수요와 공급
초급 경제학을 배운 분들이라면 누구나 수요와 공급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가격이 높아질 수록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은 증가합니다. 그래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균형가격이 형성되고 이것이 시장 가격이 된다는 내용이죠.
그런데 이러한 논리가 주가에는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이죠? 가격이 비싸지면 저 같은 추세추종자들은 도리어 더 따라붙기도 하니까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BLASH, buy low and sell high)가 성립 안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두 가지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하나는 시간에 따른 효용의 변화(change in utility)이고 다른 하나가 시장이 비평형상태(dysequilibrium)에 있다는 점입니다.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이 한 점에서 만나 균형가격이 형성된다는 이론에는 효용이 일정하다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빵 1개의 효용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같은 효용을 제공하는 상품이 비싸질 수록 그것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일정하다는 가정이 있죠. 빵 1개를 생산해내는 비용이 일정하다면 당연히 가격이 오를수록 공급을 증가시키려 할 겁니다.
당연한 야그지만, 주식에서는 이 첫번째 가정이 만족되지 않죠. 주식의 효용이란 크게 기업의 가치(enterprise value)와 투기성 이익(speculative profit)의 발생 가능성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증권사 애널들이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 바로 기업의 가치를 추적하는 일인데, 이것은 기업의 가치가 결코 일정하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급격히 성장하는 기업의 가치는 증가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에 따라 효용도 증가하므로 수요는 가격이 증가하더라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수요와 공급 이론을 적용하려면, 수요를 효용에 대해 표준화하여야 합니다.
두번째 가정도 만족되지 않습니다. 효용이 어떤 구간 내에서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가격 변화는 점차 안정되고 시세는 어떤 한 점에 수렴될 것입니다. 이것을 평형상태(eqiulibrium state)라고 합니다. 전통 이론은 평형상태에서의 가격 균형점을 찾는 것이지 가격이 변화하는 비평형상태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트레이딩은 가격의 비평형상태로부터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전통 이론이 토대로 하는 기본 가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통 이론에서 언급하지 않는 것은 효용의 개인차(individual differences in utility)입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있어서의 빵 1개와 부유하고 배부른 사람에게 있어서의 빵 1개의 효용은 결코 같을 수 없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빵 1개에 대한 수요에 대한 개인차, 그리고 이로 인한 균형가격은 다를 수 밖에 없죠. 그 외에도 개인의 소득수준이 높을 수록 소비가 증가하게 되고, 이러한 증가된 소비는 모든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효용수준을 높이게 될 수 있습니다.
주가시세도 마찬가지인데, 박스권 내에서 주가 움직임을 보게 되면, 평균 중심에서 터지는 거래량이 가장 많지만 박스권 상단에서 사는 사람, 박스권 하단에서 파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그 구간 내에서 그 주식에 대한 효용의 개인차를 반영하는 것이 바로 박스권 폭이며, 통계적인 표현을 쓰자면 가격의 표준편차이자 시세의 변동성입니다.
위 선지 30분봉을 보더라도 박스권 흐름 내에서 평균 주변(243pt)에서 가장 많은 거래가 일어났으나 박스권 상단이나 하단에서도 일부 거래한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져. 이것은 시장 내 다양한 사람들이 7/12~7/23 기간 동안에 판단한 선물 상품의 효용의 개인차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2) 스마트 머니와 노이즈 트레이더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기전적 모델 중 하나가 스마트 머니와 노이즈 트레이더 모델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 세력과 개미 모델쯤 되겠네요. 스마트 머니는 기업의 가치와 투기적 가치의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정보와 능력을 가진 투자자군입니다. 그래서 이들의 수요와 공급은 이와 같은 가치의 변화를 추적하여 변하게 되고, 또한 이들은 이러한 정보를 노이즈 트레이더보다 미리 알게 되기 때문에 이들에 의해 변곡점에서 강한 거래량이 발생하게 된다는 기전적 모델입니다.
반면 노이즈 트레이더는 순수하게 기술적인 지표에 따라서 시세 추종 혹은 역추종 거래를 하거나 뇌동매매를 일삼는 모든 트레이더를 말합니다. 노이즈 트레이더가 시장에 기여하는 변화분의 평균은 0(제로)라고 보는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들이 상승이나 하락 어느 한 쪽을 더 선호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추세추종을 하는 개미는 시세를 더 밀어올리지만 한편 역추세추종을 하는 개미는 시세를 억누르므로 이 둘이 서로 상쇄해서 방향성을 보이지 않게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노이즈 트레이더가 시장의 움직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정도는 제로이며, 그 결과 그들은 그 어떤 응집된 힘도 시장에서 발휘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기전적 모델은 현재 투자주체별 현황을 raw data로 하는 많은 시스템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개인들을 노이즈 트레이더라고 보게 되면 이들의 매수, 매도는 서로가 서로를 상쇄하므로 시세를 이끌어가는 힘을 낼 수가 없고, 외인들을 스마트 머니라고 보게 되면 이들의 매수는 경제지표의 호전, 기업 가치의 증가 등을 반영하는 실질적 효용의 변화를 나타낸다고 보고 이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려는 제3의 세력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세력을 이 모델에 추가로 도입하여 '투기세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져.
실제로 이러한 투기세력에 의해 시장의 추세가 더 증강된다는 보고가 있고, 이러한 투기세력의 자본이 커질 수록 양성 피드백 효과는 더 강해질 것입니다.
한편 어떤 시스템은 개인들이 늘 잃게 된다는 가정 하에 개인들 포지션을 역이용하려고 합니다.
이 기전적 모델은 우리 시장을 어느 정도 잘 설명해주고 있으며, 특히 금융 식민지라고도 할 수 있을만큼 약탈이 심한 우리나라 파생판이나 중국의 경우 더 설득력 있는 모델이라고 봅니다.
3) 추세추종 트레이더와 바겐 헌터 모델
이 기전적 모델은 시장에 두 종류의 기술적 거래자가 있다고 가정을 합니다. 하나는 시세가 가는 방향대로 따라가는 추세추종 트레이더이고, 다른 하나는 시세에 역행하는 바겐 헌터들입니다. 이 둘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시세가 움직인다는 모델입니다.
이 둘 사이의 자금 비중이 시장 내에서 균형을 이루면 시장은 랜덤 워크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게 되지만, 추세추종 트레이더의 자본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바겐 헌터를 압도하게 되면 시장에 추세적인 성격이 강해지게 될 것입니다. 이들의 자본비율은 시간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한다라는 주기적 모델을 추가해서 이 주기를 파악하여 추세추종 전략 <-> 역추세 전략을 오가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금 더 공학적인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은 인공 신경망을 이용해서 시세학습을 시켜 이러한 주기를 파악하고 전략을 보정해나가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죠.
분명 이 모델은 추세추종적 기술적 거래 규칙이 잘 맞아들어가는 추세구간과 올라가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올라가는 박스권 장세가 교대로 나타나는 시장의 특징을 어느 정도 잘 설명해줍니다.
시스테머들이 알고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오랜 기간 추세추종 시스템이 까여서 MDD가 발생한 이후에도 그 시스템이 살아남는다면 대개 그 이후 가장 큰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죠. 이것은 박스권 -> 추세권으로의 전환과 이에 따라 시스템의 시장에 대한 호환성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4) 시장의 복잡적응계 모델
가장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모형으로써 카오스 이론을 시세에 접목시켜 시장이 시장참여자들의 독특한 상호작용에 의해 여러 상태를 오간다는 모델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최근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지만, 아직 실전 전략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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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때리져?
ㅎㅎ
어떤 모델을 가지고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가... 트레이더의 제1관문을 통과한 중수 트레이더들이 본격적으로 맞닥드리는 문제입니다.
증권사나 여타 다른 매체를 통해 고급 정보를 일찍 취할 수 있는 트레이더들은 자신들을 스마트 트레이더로 동일시하여 그 정보를 최대한 이용하여 매매를 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인맥이나 정보망을 가지지 못했거나 그런 것들을 무시하기로 결정한 기술적 트레이더들은 수급 정보나 시세 정보를 이용한 모델을 선호하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사실 그 어떤 모델도 현실 그 자체를 완벽하게 반영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델은 모델일 뿐이고,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게임에서 서로 다른 장님이 만지는 코끼리의 서로 다른 부위를 반영할 따름이라는 점,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 트레이더들은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자신의 전략을 구축함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그 모델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전략을 개발해야 하고, 그 전략을 백테스트하여 검증해보는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으로 그 전략을 운용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지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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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의 탄성한계를 결정짓는 것은 변동성이 맞습니다. 그래서 볼린저 밴드를 창시한 존 볼린저는 엄청난 혜안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그 전에도 다양한 band approach가 있었습니다만) 시세의 표준편차를 감안하여 유의수준을 넘어서는 극단적인 가격에서 스마트 머니가 거래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시세의 효용 자체가 변화한다는 징조일 수 있습니다.
시세의 중심을 결정하기 위한 샘플링 기간을 최적화를 통해 탐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그럴 수 있다'가 답이 되겠지만, 트레이더는 모든 전략을 구현함에 있어서 그 전략을 차트에 표시하여 확인하는 작업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눈으로 보는 것이니까요. ㅎㅎ 백테스트에서는 그럴듯하게 보여도 막상 차트에 신호를 표시하고 나면 이해할 수 없는 매매가 나오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이런 경우 과최적화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탄성한계를 벗어난 시세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방법은 잘 모릅니다. 몇 가지 힌트로는 기존의 변동성폭, 박스권 기간, 그리고 파동을 이용한 가격목표치 계산 등을 할 수 있지만... 추세추종 트레이더라면 추세의 크기를 미리 가늠하려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시도입니다.
P.S.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부 말씀을 하나 드립니다. 어느 분이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개투들이 성공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냐, 과연 개투가 이 바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오셨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개투가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코 다른 선택지가 있는 분들에게 트레이딩을 권하거나 프로 트레이더가 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점 꼭 유념하여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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