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칼럼/미녀53 칼럼

기법론 (1)

언덕위의바람 2020. 1. 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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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입니다.

잘 쉬시고 계신가여?

 

말씀드린대로 기법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 위해 글을 올립니다.

 

기법의 근간에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론이란 실제를 모델을 통해 단순화시킨 것입니다. 그것은 절대로 실제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지만, 우리의 인식의 한계 상 그 대상을 이해하고 다루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시장에 대한 가장 단순한 모델은 홀짝 모델입니다. 동전 던지기처럼 오를 확률 50%, 내릴 확률 50%입니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박스에 빨간 공이 50개, 파란 공이 50개 있고 매일 시장은 그 박스에서 공을 하나 꺼내서 빨강 공이면 상승하고, 파란 곳이면 하락한다는 모델입니다. 물론 꺼낸 공은 다시 집어넣어서 잘 섞습니다.

 

 

조금 더 실제에 가깝게 생각한다면, 공이 100개 들어 있고, 그 공의 50개에는 (-) 부호가 붙어 있고, 50개에는 (+) 부호가 붙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 다음에는 숫자가 써 있는데, 0, 0.25, 0.5, 0.75, ... 등이 있고 0이 써 있는 공이 20개, 0.25가 12개, 0.5가 10개... 이런 식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이것은 정규분포와 비스므리하게 제가 아무렇게 만든 분포입니다. 여기서 공을 꺼낸다면 0이 나올 확률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0.25와 -0.25일 것이고, 그 다음이 +0.5나 -0.5... 이렇게 되겠죠. 주가는 이러한 상자에서 공을 꺼내 거기에 적혀 있는 숫자만큼 움직인다는 모델을 만들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주가변화율도 정규분포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의 일일 주가변화율을 도표로 그려보니 과연 정규분포에 가까웠고, 모든 금융이론은 시세 변동율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가정 하에서 만들어졌죠.

 

실제로 경험적으로도 3~4%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것보다 보합권에서 머무는 날이 더 많죠~ 즉, 왕건이보다 피라미가 더 많더라 하는 것은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주가변동이 미세하지만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명 '뚱뚱한 꼬리(fat tail)' 현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현상인데, 위 막대도표에서 +5%나 -5%가 나오는 빈도가 정규분포가 예측하는 것보다 더 자주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조금 움직이는(0.25%?) 빈도도 정규분포보다 더 자주 있는 듯 했습니다. 즉, 주가변동율의 분포는 첨도가 정규분포보다 높고 양쪽 끝이 나타날 빈도고 높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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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들으면 이게 왜 중요한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가격변동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은 여러분들도 익히 느끼셨을 것입니다. 생각보다 장대양봉과 음봉은 더욱 자주 나옵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이제는 이론을 만들 차례입니다. 달리 말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설을 세워보자는 겁니다

 

정규분포는 각 사건이 독립적일 때 나타납니다. 오늘 오를 확률은 내일 오를 확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쉽게 비유를 들자면 위에서 예를 든 공이 든 상자에서 공을 복원 추출할 때 정규분포가 나옵니다.

그런데 만약 비복원 추출을 한다면?

일단 플러스가 적혀 있는 공을 어쩌다가 연달아 10개를 뽑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우연으로요!) 근데 만약 이 공들을 다시 집어넣지 않은 채 상자에서 공을 꺼낸다면 상자 안에는 상대적으로 마이너스가 적힌 공이 많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의 하락 확률 > 상승 확률이 될 것입니다.

 

주가 변동율이 복원이 아닌 비복원 추출과 비슷할 수 있다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것은 사실 증시 역사를 뒤돌아보면 상당히 명확합니다.

 

따라서 오래 동안 상승했다면 하락 추세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더 이상 이 시점에서는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비복원 추출은 주가변동율이 팻테일 현상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한 가설로 공들이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즉, 현재 꺼낸 공이 다음에 꺼낼 공에 모종의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인 거죠.

 

시장을 사람의 몸처럼 복잡적응시스템이라고 한다면, 가격은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복원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가가 평균값에서 갑자기 너무 멀어지면 시장은 평균으로 회귀하려고 한다는 거죠. 즉, 음성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 작용할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주가변동율은 정규분포가 가정하는 것보다 더 많이 중심에 몰려 있게 될 겁니다. 중력이 물체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시장은 멀리 떨어져나가려는 시세를 자기 중심을 향해 끌어당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0 주변에서 첨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반면 만약 시세가 어느 역치 이상으로 평균을 벗어나게 되면, 주가는 자기복원력을 상실하고 오히려 반동적으로 튀어버리게 됩니다. 양성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 작용할 것이라는 야그입니다.

 

저는 이것을 시장의 '고무줄 이론(rubber band theory)'이라고 부릅니다. 이 이론이 제가 시장에서 사용했던 모든 기법의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시세는 대부분의 경우 고무줄처럼 늘리면 돌아오고 늘리면 돌아오지만, 이따금씩 너무 세게 당기면 끊어지면서 '팡!' 튀어나간다는 거져! ㅎㅎ

 

만약 이 이론이 맞다면, 주가 변동율은 높은 첨도와 팻테일이라고 하는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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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이론은 제 혼자만의 가설일 뿐입니다. 학계에서 정식으로 증명된 바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옳을 가능성이, 시장에서 응집성 있는 움직임이 이따금씩 나타난다는 최근의 학설이나, 변동성이 몰려다니는 변동성 군집현상(volatility clustering) 등을 통해 약간의 뒷받침을 받을 뿐이져.

 

이제서야 추세추종 기법이라고 하는 것이 설 이론적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추세추종 기법이란, '고무줄이 끊어지는 순간'을 포착하여 고무줄이 튀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기법인 것입니다.

 

까페지기님이 어제 모임 내용을 저에게 이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거기에서 제기되었던 재미있는 질문이 '과연 추세는 존재하는가?'였다고 하더군요.

 

아주 의미심장한 질문이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이 누구신지는 몰라도, 상당히 똑똑하신 분이라고 봅니다.

 

추세라고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하나는 사후 추세입니다. 즉, 지나고 나서 보니까 저점과 고점이 계속 올라가더라... 이런 의미에서의 추세져. 대부분의 허접한 기술적 분석 서적들이 채용하고 있는 정의인데... 말 그대로 허접 정의입니다! 실용성이 전혀 없죠. 저점과 고점이 계속 올라갔다면 그것은 현재까지 상승추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 과연 그것이 앞으로도 상승추세가 이어지리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요?

 

ㅎㅎㅎ

 

결론을 내리자면, 이런 정의로 추세를 바라보고 그것을 검증하려고 시도했던 대부분의 학술적 시도는 실패로 끝났고, '시장에 추세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결론 비스므리하게 나왔습니다. (다만 시장별로 약간의 추세가 나오는 경우가 있고, 또한 구간 별로 추세가 약간 있는 경우도 있다... 라는 논문들이 이따금씩 발표되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추세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변동성으로 추세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강한 양봉은 그 자체로 하나의 추세봉(trend bar)이죠. 이미 팻테일 현상이 규명된 이상 이런 차원에서 단기적 추세가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마르코프 연쇄의 천이 확률(transition probability)로써의 추세입니다. 조금 어려운 야그일 수 있는데, 쉽게 말하면 내일 주가는 오늘 주가에만 의존하고 오늘 주가에서 위로 갈 확률이 0.6, 아래로 갈 확률이 0.4라면 상승추세다...라고 정의하는 겁니다. 이것은 확률이므로 기존의 방식으로 포착이 되지 않지만, 천이 확률이 상승이 0.6, 하락이 0.4로 하여 시뮬레이션해본 후에 실제 데이터에 적합시키는 방법으로 검증하는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구간 주가변동분포의 왜도가 0이 아니라 때때로 양이거나 음이라는 점에서 정의하는 추세입니다. 10년 정도의 데이터를 취합하면 주가변동율은 거의 평균이 0이지만, 1주일, 1달... 이렇게 짧은 구간에서만 샘플링하면 양봉이 음봉보다 더 많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있으므로, 주가변동분포는 정확히 대칭적인 종 모양이 아니라 한 쪽으로 약간 치우친 모양이 됩니다. 이럴 때 이 분포를 미래를 예측하는 확률분포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소 복잡하고 영양가 없는 야그를 길게 하였는데... 결론적으로 시장에 추세가 있느냐의 문제는 '추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와 더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고, 그 정의를 가지고 씨름하는 시간에 차라리 추세를 타서 돈을 버는 것이 더 낫다라는 것이, 제 경험적인 결론입니다.

 

이 질문을 더욱 추구하는 것은 트레이더로써 평생 해나가야 하는 작업이지만...

시장에 추세라는 놈(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방법은 분명 있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다음 글에서는 '고무줄 이론'을 근간으로 한 구체적인 기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야그해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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